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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제로금리정책, 위기의 대가만큼 비쌀 것

몽돌2 2009. 10. 17. 10:10

 "제로금리정책, 위기의 대가만큼 비쌀 것"
FT "통화팽창정책은 비용 지불을 연기하는 것일 뿐"
                                                                                               프레시안펌      기사입력 2009-10-17 오전 8:15:12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경제국들이 제로금리에 가까운 저금리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경제회복 기반이 확실해질 때까지는 금리 인상 등 이른바 '출구전략'을 시행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제로금리 정책이 지속될 경우 이번 위기로 초래된 대가만큼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 글이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려 주목된다.

홍콩의 증권선물위원장을 역임한 앤드루 셩, 국제결제은행(BIS)와 이스라엘 중앙은행의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마이클 포멀리노가 함께 쓴 '제로금리 정책: 위기만큼 비싼 대가 치를 것(Zero interest rate policy: Treatment may be as expensive as the crisis)'라는 글(원문보기)에 따르면, 지금까지 주요 경제국들이 거의 동시에 실시한 제로금리 정책 등 여러 대책들은 "당장 치러야할 비용 지불을 연기한 것일 뿐"이다.

 
정치인들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면 위기를 맞아 저금리 정책을 쓰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자산거품 붕괴로부터 금융시스템을 보호하고,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재정정책처럼 의회의 감시가 덜하고 정책에 따른 비용이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방법을 택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때문이다.

"일본을 유동성 함정에 빠뜨린 위험을 전세계로 확산시키는 정책"

하지만 필자들은 "제로금리 정책은 일본을 유동성 함정에 빠뜨린 정책을 그대로 반복함으로써, 상호 연계된 전세계 경제에 리스크를 확산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1990년대 일본은 자산 거품 붕괴에 따른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돈을 쏟아부어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에 달하는 거대한 '국가부채 거품'을 만들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민간 장부의 리스크를 중앙은행을 포함한 정부 장부의 리스크로 이전했다. 중앙은행이 '최후의 대부자'로 나서는 것은 재정지출과 유사한 정책이므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구분이 흐려졌다. 이런 정책은 제로금리 하에서만 지속가능하다. 금리 인상을 동반하면 막대한 상환부담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데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면서 사회복지와 기반시설 확충 등에 필요한 재정 여력은 심각하게 줄어들었다.

지난 20년간 제로금리 정책을 써온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기 힘든 이유도 마찬가지다. GDP의 200%에 달하는 국가부채를 떠안고 있는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곧바로 재정위기가 심화되고, 해외에서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디플레이션은 더욱 심해진다.

 

두번째, 제로금리 정책은 현재 전세계에 만연된 엔 캐리 트레이드에서 볼 수 있듯 더 큰 수익을 찾아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게 한다. 금리가 언제 인상될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투자는 단기성을 띠고, 레버리지가 심한 투기성을 동반하다. 제로금리 정책은 이런 과정으로 정작 필요한 곳에는 자금이 분배되지 못하게 돼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라는 금융의 고유기능을 상실케 한다.

 

세번째, 금융중심지 중앙은행들의 제로금리 정책은 전세계를 저금리 정책의 인질로 만든다. 중국의 중앙은행 총재 저우샤오촨은 이른바 '트리핀 딜레마'에 대한 분명하게 언급했다.(로버트 트리핀 교수가 제시한 개념으로, 기축통화국은 전세계에 충분한 화폐 공급을 해야하지만, 그 결과 무역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딜레마. 편집자)

특정국가의 통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맡게 되면 이 나라의 통화정책이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추가적인 부담을 안게된다.

1980년대 라틴아메리카 경제위기의 원인

지난 1980년대초 미국에서는 폴 볼커 당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자, 라틴아메리카로부터 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돼 '잃어버린 10년'이 초래된 것처럼, 현재 전세계는 미국의 금리정책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금융위기가 지나친 레버리지에 의해 공급된 자금으로 과도한 소비를 한 것에 근원이 있다면, 실물경제에서 '디레버리지' 과정은 불가피하다. 과도한 레버리지에 의한 문제를 통화팽창 정책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성공할 수 없다.

이런 정책은 정상화의 속도를 늦추고 새로운 지속가능한 균형에 도달하는 데 해롭다. 정부가 아무리 개입해도 금융 분야의 수익성은 실물경제의 수익성 악화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위협받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제로금리 정책을 지속할 경우 문제가 반복될 뿐 아니라 악화될 것이다. 실물경제의 정상화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제로금리 함정 탈피, G20이 좋은 기회 제공"

그렇다면 제로금리 정책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 Fed는 제로정책 금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FRB통화정책 이사 케빈 워시는 최근 "실물경제가 정상으로 복귀할 때까지 기다린다면, 너무 늦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면서 "방만하게 늘어난 통화량은 예기치 않은 시점에서 급격한 대출이 일어나는 조건을 만든다"고 경고했다.

현행 위기는 집단적으로는 전세계의 이익을 증진하지 못하는 국가별 정책들에 의해 발생했다. 제로금리 정책은 전세계가 동반 탈출해야 한다. 먼저 나서는 나라들은 대규모 자금 흐름에 따른 대가를 우선적으로 치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이때문에 제로금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함정이 깊어진다.

이때문에 필자들은 "G20회의는 제로금리 정책 탈피에 공조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국가별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을 극복할 국제적 공조를 촉구했다.

그러나 기축통화의 이득에 안주해 전세계를 '달러의 덫'에 끌어들인 미국이 고통스러운 금리 인상의 길을 선도적으로 나설지는 의문이다. 다만 기축통화국의 금리정책에 볼모로 잡힌 다른 나라들 중 호주가 먼저 금리 인상에 나섰다는 점에서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이 호주의 뒤를 따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