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비가 좋다
봄을 부르는 비가 하루종일 땅을 두드린다.
겨우내 움추리고만 있던 풀씨도
겨우내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꽉 감싸고 있던 앙상한 가지위의 새싹들도
비의 두드림에 살포시 고개를 내민다.
내 마음속의 추위도 성큼 물러가고
겨울옷을 벗고 봄옷으로 갈아입는다.
이 비가 그치면 세상은 점차 푸른빗으로
분홍빗으로 울들어 가고
내마음도 산으로 산으로 달려가겠지
지금
봄을 제촉하는 비가 대지를 두드린다
비를 흠벅 머금은 땅이 부드러워지고
비를 맞은 나무가지가 두꺼운 껍질을 벗고
몸을 두껍게 감싸던 옷이 얇아지면
나는 산으로 향할 것이다.
지금 내리는 비는 봄비다
세상을 깨우는 봄비다
나를 깨우는 봄비다
그래서 나는 이 비가 좋다